주식을 포함한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주식과 같은 상품을 사고 파는 거래행위가 지식의 영역이기보다는 실천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투자유망한 종목을 고르고, 투자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숙달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더욱이 어떤 행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과 더불어 감정적인 지지력과 강인한 의지력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투자에는 기대수익에 대응하여 리스크가 따르므로 멘붕상태에 빠지지 않는 감정관리, 정서적 안정 또한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시되는 덕목이다.
무엇보다 투자는 수익을 기대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돈을 거는 행위이다. 수익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손실에 대한 공포가 마음 한켠에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손실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리스크를 잘 관리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헤치고 나아가 수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감정적, 금전적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따르게 된다.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행위인데, 그런 투자가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고, 매수와 매도 시기를 여러 차례 나누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는 여러 종목과 여러 시기에 분산투자할 만큼 자본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당연히 은행이자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것이다. 고수익을 추구하다 보면 투자 종목과 시기에 선택과 집중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투자 종목을 고르지 않고, 투자 타이밍을 노리지 않는다면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같은 상품을 선택하여 장기 보유하는 것인데, 이 경우 기대수익률은 미래의 경제성장률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은행금리 수준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물가와 실업률이다. 실업률은 경제성장과 역의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물가가 지나치게 올라 물가를 잡으려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이 제약을 받고 고용이 감소하여 실업률이 올라가게 된다.
이와 같은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가운데, 미래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내어 투자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잘 나가는 기업이라고 해서 미래에도 돈을 잘 번다는 보장이 없으며, 그렇다고 지금 돈을 잘 벌지는 못하지만 미래에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소비자의 수요 패턴이 변하기도 하고, 경쟁기업이 생겨나서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기도 한다.
내가 투자대상으로 선택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도 제한적이고, 설사 정보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해도 미래를 커버하는 것도 아니며, 경쟁기업의 출현이나 소비패턴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고, 주식투자 조차도 투자대상 종목에 대한 수요는 물론 주식시장에의 자금유출입도 장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게 쉽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자산분류 관점에서는 주식을 이미 위험자산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는 자금은 아무리 좋은 이름을 갖다 붙여도 큰 범주에서는 예금금리보다 고수익을 노리며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기자본의 일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주식이라는 상품이 예금보다 고수익을 노리는 위험자산이라고 해서 그것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와 같은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투자자산의 일정 부분을 합리적으로 투입하여 성공투자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주식이라는 상품 특성 자체가 아무거나 골라 무조건 오래 가지고 있으면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이라는 상품은 탄생배경 자체가 고수익에 대한 기대심리와 고위험에 대한 회피심리가 절묘하게 결합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래에 고수익이 확실히 보장되는 거라면 기업가가 대출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에 따른 이익을 독차지하려 들지 주식을 매각하여 배당 등을 통하여 투자자와 이익을 나누려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직까지 기업가 대주주가 소액주주 투자자보다 똑똑한 거 같은 게 기업 중 시가배당률이 은행금리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주주로서는 유상증자를 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게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보다 여전히 유리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식이 장기 투자하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유망한 상품이라면, 주식시장의 역사도 오래되어 가는데.. 은행금리보다 배당을 더 높게 주는 회사가 많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
정보화 시대에 이 세상에는 각종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식 중에는 참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데카르트적인 회의(의심)도 필요해 보이며, 사실적인 지식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고 해석하는 데에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누가 주식투자를 쉽다고 하는가?
냉정함과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시장의 과열과 침체, 주식이라는 상품의 특징을 이해하는 가운데, 자신의 처지와 성격에 맞는 투자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투자로부터 누가 돈을 버는지를 깊이 묵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그토록 내가 투자로부터 돈을 벌 수 있도록 그렇게 도시락 싸들고 와서 도움을 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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