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만 늘 도망가는 것이 아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사랑도, 시장도 미스테리이다.
사랑이 서로 다른 남녀 사이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라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트레이딩 즉, 거래도 동일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자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나는 평소에 "모든 이론에는 결함이 있다"라는 조지 소로스의 말을 좋아한다.
어떤 현상과 원리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고,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데에도 각종 오차가 존재한다.
어떤 때는 예측이 잘 들어맞는 듯 하다가도, 또 어느 틈엔가 시장은 예측으로부터 멀리 도망가곤 한다.
사실 시장이 우리의 예측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거의 모든 자가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어떤 판단을 가지고 신규 매수, 매도 또는 기존 포지션 홀딩 등의 행위를 하지만, 그들의 판단에 어떤 오류를 포함하고 있기 마련이고, 또 포지션을 홀딩하고 있는 동안에도 당초의 판단을 바꾸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자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어떤 판단을 내리기 마련이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확신은 거래를 위험에 빠뜨리기 쉽다.
확신없이 하는 행동이 자꾸만 포지션을 바꾸게 만듦으로써 잦은 매매를 유발시켜 손실을 늘리기도 하지만, 지나친 확신으로 일시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도 파산 위험을 높이게 된다.
오늘 뉴스에 충남 보령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판매자가 8,000만원 상당의 로또를 구입하였다가 당첨금이 400여만원에 불과하여 파산하게 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 판매점은 평소에 당첨자가 많이 나와 로또 명당으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몰려드는 로또 구입자들로부터 판매수수료만 받아도 수익을 쌓을 수 있었는데, 과도한 욕심으로 그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만 것이다.
성경 잠언에는 "쉬이 부하고자 하는 자는 형벌을 면치 못하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사실, 우리가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방법을 몰라서 매일같이 어떤 기법을 찾아 헤매는 것일까?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투자금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중 망하지 않을 만한 기업의 주식을 사모으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조급함 때문일까, 아니면 인내심이 부족해서 일까?
주식을 사고 나면 차익을 실현하거나 하락에 대한 염려나 두려움으로 팔고 싶은 유혹을 극복하기 어려워 장기투자하겠다는 결심을 어기고 자꾸만 단기 트레이딩을 하게 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늘 도망가는 것이 시장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나의 결함있는 행동이 자꾸만 수익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이론과 판단에 각종 결함이 있음에도 투자를 통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량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레버리지 투자가 포지션을 장기 보유하기 어려운 이유는 헤징을 하지 않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경우 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한 마진콜 위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익을 계산하기 전에 파산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투자는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 경험은 소중한 것이지만, 경험한 것밖에 알지 못한다면 그는 조금 알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경험하기 전에 그 결국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지혜일 것이다.
늘 도망가는 시장을 바라보면서 늘상 그 뒷꽁무니를 따라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심호흡을 하며,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명상을 하며 인간의 본성을 거스리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방법 중 하나로 '봉투법'이 추천되곤 한다.
수익을 소비항목별로 나누어 봉투에 따로 떼어놓고 그 범위 내에서 소비하라는 것이다.
투자에도 이 방법을 응용할 수 있다. 장기 투자하는 증권계좌나 ISA 계좌에 투입하는 투자금은 장기 투자 전략으로 운용하고, 게임하듯 접근하는 단기투자 전략은 소액을 실험적으로 투자하거나 줄곧 전진분석하면서 성과가 입증될 때까지 모의투자에만 적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장도, 고수익에 대한 환상도 늘상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도망가지만, 변동성이 심한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나의 투자원금 종잣돈이요, 나의 마음이요,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내맘대로 해보는 주식시황 예측 (4) | 2023.08.04 |
---|---|
"시장은 예측 아닌 대응"이라는 말의 의미 (4) | 2023.08.03 |
고수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3) | 2023.07.17 |
자기만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 (4) | 2023.07.16 |
어쩌면 싸우는 척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 | 2023.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