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주식시장의 흐름은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의 장세가 아니였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주식투자로 별로 번 것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보아 그렇다는 얘기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폭락장세 이후에 펼쳐진 급등장의 유동성 장세, 그 이후에 1년 가까이 하락 조정을 겪고, 다시 펼쳐지고 있는 반등장세가 최근 몇년간의 평균적인 장세 흐름이다.
이러한 장세 흐름 속에서 축적된 투자 경험은 성장 가능성 높은 주식을 골라 버티며 장기투자하면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강화시켜 주고 있다. 가치투자자가 계좌의 평가손이 증가할 때, 결국 가격이 본질가치를 찾아갈 거라는 믿음으로 평가손이 손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평가수익도 진정한 수익이 아닐 수 있다.
유동성 장세에서는 성장 가능성만으로도 주가가 올랐지만, 실적장세에서는 실적발표 때마다 거품이 빠지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투자가 버티기 싸움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보여주는 것처럼 주구장창 주가가 빠지기만 할 때 버티면서 살아남는 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주식투자에 임할 때 시장의 움직임은 개미의 새가슴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수영장에 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펜츠를 입고 있지 않은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몇개월에 걸쳐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서 수영장 물이 빠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닛 앨런이 다른 쪽에서 몰래 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마치 수영장 한 쪽에서 물을 빼면서 다른 쪽에서는 새물을 공급하여 수위를 유지하고 있듯이 말이다.
지금 시장은 빅테크 종목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주가상승의 꿈에 부풀어 있지만, 어떤 계기로 찾아오는 하락조정의 폭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폭락 후 반등 상승 폭이 가장 큰 종목은 폭락장세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던 종목이고, 상승 후 하락조정 장세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종목도 가장 크게 오른 종목이라고 한다. 낙관적인 투자자가 돈을 번다고 하지만, 때로는 시장을 시니컬하게(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비관론자가 소중한 투자원금을 지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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