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어떤 때는 저들이 진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척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예전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다가 차 안에서 의사당 건물을 본 딸 애가
"아빠, 아빠 저 건물이 뭐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태연하게
"응, 국회의원 아저씨들이 서로 자기가 옳다고 싸우는 곳이야."라고 대답했다가 와이프에게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에게 그렇게 삐딱하게 가르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런데 그 이후로 나는 그런 생각을 바꾼 적이 없고, 그 동안의 우리 정치사를 보면 점점 더 나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다만, 아직도 진짜 싸우고 있는지, 싸우는 척 하는지가 불분명할 뿐이다.
그렇지만, '누이좋고 매부좋고'와 같은 우리 속담을 대입하여 해석해 보면, 싸워서 어느 한 쪽이 죽는 걸로 결판을 내기보다는 싸우는 척 하면서 둘 다 사는 것이 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나 시장이 인플레이션하고 싸우는 것은 해악을 끼칠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느 투자의 대가가 했던 말인 것 같은데, 굳이 인플레이션하고 싸우지 말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게 지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팬데믹 시대를 살면서 코비드와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뒤로는 경기부양을 위하여 돈을 푸는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미국 정부나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도 어찌 보면 진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척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일본이 장기간 디플레이션 늪에 빠졌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미국의 속내는 디플레이션 트랩에 빠질 바에는 차라리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있기도 했지만, 그래프도 정부 정책도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숨은 행간을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중처럼 상식대로 생각하면서 상식 이상의 결과를 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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