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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세모의 길목에서 - 새해인사 (Season's greetings)

살며 사랑하며

by 세익 2023. 12. 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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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갑진년 새해가 밝아온다.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형편이 어려웠을 텐데, 새해를 맞는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희망에 차 있었던 듯하다.

잠시 눈을 감고 추억을 반추하니, 지나온 한 해 희로애락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거꾸로 전략 시스템' 전진분석을 하면서도, 신호와 반대로 흘러가는 시장에 탄식하고, 신기할 정도로 시장 움직임과 일치하는 신호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행착오는 미래를 개척하는 자양분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실험을 시작할 때보다 진일보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천성이 게으르고, 느긋한 나에게 실험을 지속하는 힘을 제공해주는 원천이 나의 매매일기와 그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응원 덕분이었음을 고백한다.

친구에게 얘기하듯 시작했던 이 일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들려주는 내면의 목소리였음을 느끼게 된다.

나의 죽마고우가 애독자 중 한명이니, 글의 내용이 맞든 틀리든 순수할 수밖에 없고, 나름 진실함과 진정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치에 대한 정답을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결코 다 알 수 없는 가운데 시작한 도전이지만, '내가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고 문제에 접근할 때보다 '나는 모른다'고 생각하고 접근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소크라테스, 조지 소로스 등 철학자나 투자대가의 말에 귀기울이며 나만의 길찾기에 나설 수 있었다.

"3가지 질문으로 시장을 이기다"라는 켄 피셔의 책도 나의 길을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큰 통찰력을 제공해 주었다.

 

시장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고, 세상에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내가 그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결코 다 알 수도 없다.

다만, 자기가 가진 그릇에 담을 정도의 고기잡는 법만 찾으면 그만일 것이다.

시장을 탐구하는 여정이지만, 그것이 곧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보다 더 소중한 것이 그 어디에 있겠는가?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는 반문처럼, 내가 살아남아야 남을 돕든, 적을 무찌르든 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는 지식과 실천이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이다.

손흥민이 축구에 대한 지식은 얼마나 많이 갖고 있겠는가? 그렇지만, 얼마나 많은 골을 넣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끊임없이 기술을 갈고 닦으며 연습하는 것이리라.

우리의 투자도 마찬가지다.

'다 이루었다 함도 아니요'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겸손히 한발 한발 목표를 향하여 달려 나아갈 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실천의 영역과 관련하여서는 매일 매일의 투자 여정이 시장과 싸우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자기자신과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투자자가 실천하는 부분은 손가락으로 클릭만 하면 되니, 손흥민이 공차기 하는 것보다 훨씬 쉽지 않은가?

그런데도 투자에서 성공을 거둔 이는 극소수라고 한다. 대부분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무너지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남을 따라 하려하기보다는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기존의 투자목표를 바꾸어, 날마다 이를 실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감당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것이다.

나의 주특기가 무엇인가? '거꾸로' 즉, 뒤집어 생각하기 아닌가?

얼마 전 우리곁을 떠나신 찰리 멍거께서도 '거꾸로 생각하기'를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며 나의 생각을 지지해 준 바 있다.

조지 소로스도 '반증주의'를 주창하며, 참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거짓의 명제가 참이 아니라고 입증하기는 쉽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우주에서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매우 가치있고 소중한 존재이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참조하되, 그들과 똑같이 되려하기보다는 자기를 찾아가는 기회로 삼으면 더 없이 가치있는 삶을 발견하고,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우리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거래 자체가 성립할 수 없고, 시장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트레이딩의 세계는 지식의 영역이든, 실천의 영역이든 우리가 서로 달라야 세상이 돌아가는 신비한 세계인 것이다.

어쩌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은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와 같은 예수 그리스도의 물음처럼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대중과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그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는 것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켄 피셔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투자하면서 우리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할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자연과학은 어떤 원리를 발견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만, 사회과학의 영역에서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기에 끊임없이 오류가 발생하고, 이러한 오류를 줄여나가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일 것이다.

소로스에 따르면, 역설적이게도 자연과학에서 실패한 연금술이 금융분야와 같은 사회과학에서는 통한다는 것이다.

자연계에서는 연금술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금을 만드는 데 실패했지만, 기예(art)의 영역인 금융분야에서는 트레이딩 기법을 응용하여 시장에서 금을 따올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새해인사하려고 글을 시작하였다가, 이야기가 길어졌다.

나이들수록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으려고 해야 한다는데..

망치를 든 자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한 것처럼, 어쩌면 이러한 사고가 일종의 직업병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트레이딩 말고도 가치있는 일들이 많이 있으니, 어느 한가지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즐겁게 하며 가치있는 삶을 살면 그만일 것이다.

 

아무쪼록, 새해에도 나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건강과 행복과 행운이 가득가득 깃들기를 기도한다.

시장을 통하여, 서로를 통하여 배우고, 성장하며 , 소원성취하고, 삶의 각 영역에서 일취월장하는 갑진년 새해 맞으시기를..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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