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시장 움직임과 같은 단기적인 변동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예측은 가능한 걸까? 내일장의 방향도 알지 못하는데, 다음주, 다음달, 다음해의 방향을 알 수 있다는 주장에도 뭔가 오류가 숨어있는 것만 같다.
가치투자를 지향하고, 워런버핏을 배운다고 하면서도 정작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따라하지 않는 투자자의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우량주에 장기투자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증권사 어플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그때그때 인기있는 테마주들을 소개하고 있다.
보편적인 일반원칙 몇가지만 실천하여 투자에 성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속적으로 통하는 투자원칙을 찾기도 어렵고, 나름대로 정립한 투자원칙을 지키기도 쉽지 않다.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면 성공한다는 명제도 살아남은 기업에 대해 백테스트 할 때나 가능하지, 100년 이상 생존하며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케인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업이 사람의 수명을 뛰어넘어 영속적으로 존속하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경영진이 바뀌는 과정에서 각종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우량주에 장기투자한다고 하면서도 이래저래 개별기업의 장래에 대한 걱정과 시장의 변동과 같은 거시적인 매크로 환경 변화에 마음 조리며 자기의 당초 의지와 다르게 단기투자자로 변모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장은 위대한 능멸자라고 했던가!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조급한 투자자의 돈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빼앗아가는 것이 이 시장의 생리인 듯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는데, 즐기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뭔가를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시장의 거시환경으로부터 나의 투자가 자유로울 수 없다면, 그것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인데, 매달 발표되는 미국의 통계발표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통계수치의 변화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통계수치의 변화보다도 정책 의사결정자의 속내를 짐작하는 상상력이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쉽게 말하여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과 재닛 앨런 재무장관의 머릿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 상상력이 맞든 틀리든 뭔가 가설을 설정해야만 검증을 통하여 그 가설을 따르거나 뒤집을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그들은 디플레이션을 선호할까, 인플레이션을 선호할까? 강달러를 선호할까, 약달러를 선호할까? 등이 가설 설정을 위한 질문들이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모두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통제를 벗어난 인플에이션은 결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현 시점에서는 중요한 화두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는데, 금리정책만 가지고는 일정한 한계가 있기에 경기침체를 유도하는 수단 중 하나로 미중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경제패권을 지키기 위하여 전략산업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역마찰을 일으켜 세계 경기를 냉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상상을 해본다.
세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결코 시장이 단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무역마찰이 한편으로는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추가적인 거래비용을 발생시켜 비용상승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국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세계 경기는 열기가 식으면서 미국 경기는 활황을 유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고금리 정책이 장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고, 강달러 추세도 오랜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미국 이외의 국가가 장기 경제침체에 빠지고, 달러 강세가 장기화 된다면 어디선가 약한 고리로부터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구제금융 조치 등을 통하여 미국은 돈을 풀고 달러를 다시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할 것이다.
달러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세계 금융위기는 곧 기회인 셈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당장 미국에서는 정부 셧다운 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여야가 싸우는 척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상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적인 위기의 재연을 통하여 과열된 시장을 인위적으로 가라앉히고 강달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 말이다.
공화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에도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걸 보면, 나의 음모론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이러한 상상력을 통해 볼 때, 분명한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인플레이션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이를 막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며, 다양한 일련의 조치들이 바로 인플레이션 억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음모론적 상상력이 시장의 움직임을 읽고, 나아가는 방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음모론적 상상을 한다고 해서 늘 비관론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물론이고, 단기적으로도 실물 주식 투자자나 파생 선물 투자자에게 있어 모두 '위기는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시장 급락에 따른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것과 같은 투자전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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