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상상력이 나의 상상력을 뛰어넘음을 다시 한번 확인케 하는 하루였다.
드디어 미국의 7월 CPI가 발표되었다. 시장의 예상치는 3.3%였고, 실제는 3.2%로 물가가 잡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근원 CPI도 예상치 4.8%보다 낮은 4.7%를 나타내어 이같은 생각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이와 함께 미국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발표되었는데, 예상치 230K를 웃도는 248K를 나타내었다. 이 또한 경기침체 우려보다는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우리 시간 저녁 9시반 CPI 발표 이후 나스닥 지수가 오름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장의 흐름은 "아직은 이미이고, 이미는 아직이다"는 증시격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미국 주식시장 본장이 개장되고 한시간여가 흐른 후 나스닥 지수는 고점 징후를 보이며 줄곧 내렸기 때문이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오히려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분위기랄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의 격언처럼 CPI 결과가 확인된 후에는 또 시장은 대중의 기대와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 4차원적 사고를 해야만 겨우 먹을 게 조금 떨어지는 시장의 모습이다.
이러한 증시의 흐름은 세기의 투기꾼으로 일컬어지는 조지 소로스의 말이 생각나게도 한다.
그는 "투자를 하면서 마음이 편안할 때 불안함을 느꼈고, 마음이 불안할 때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라는 고백을 하였다.
이거야 말로 바로 투기를 하면서 느끼는 심리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늘 나의 생각을 비껴가며 뒤통수를 치는 시장의 생리 말이다.
투자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들고, 그렇게 오르기만 할 것 같던 증시는 한참을 내려 당일 시가와 저가를 테스트 한 후, 다시 시가를 회복하고 우여곡절 끝에 일봉 기준 양봉으로 장을 마감하였다.
시가에 매수 진입했다면 장중 수익폭을 많이 반납하였겠지만, 그나마 상방을 바라봤던 나의 시그널 편을 들어 준 것에 만족해야 할 듯하다. 시장을 관찰하면 할수록 '시장은 위대하다'라는 말을 수없이 대뇌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어찌보면, 시장의 대단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음에 시장이 계속 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이 투자자라고 생각하든, 투기자로 여기든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함을 느낀다. 투기자로서 시장을 예측하든, 가치투자자로서 우량주라고 생각하는 것을 매수하여 장기 보유하든 시장 참여자 모두가 같은 생각과 판단을 한다면 거래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 사려고만 하거나, 모두 팔려고만 한다면 어떻게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오직 다양한 생각과 판단 속에 한시적으로 유용한 단편적인 지식으로 수익을 챙기기도 하고, 손실을 겪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장은 흘러가는 것이다.
시장의 위대함에 감탄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말이 길어졌는데, 각설하고 주말을 맞이하는 36일차 금요일 나의 시그널은 다시 "하방 전환"이다. 불현듯 고스톱 화투판에서 '못먹어도 고'를 외치던 어느 놀음꾼의 모습이 뇌리를 스치는데, 나는 냉정을 되찾은 듯 또 예측 방향을 바꿔본다. 실은 예측 방향을 바꾼 건 나의 시스템이고, 나의 심증은 이제 단기적인 하방 테스트는 끝났고 이제 시장은 다시 고점 테스트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어젯밤 미 CPI 발표를 계기로 물밑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다시 만들어내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장은 오늘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다. 왠지 실투자자라면 헤징이 필요해 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물을 많이 들고 있는 자가 하방 포지션을 취한다면 이 또한 더없이 좋은 헤징 포지션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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