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투자의 광풍시대다. 코로나 팬더믹 시대 저금리 기조에서 금융장세 바람을 타고 동학개미운동에 이은 서학개미 출현, MZ세대의 영끌 부동산 투자에서부터 암호화폐 투자에 이르기까지 금리인상 기조 하에서도 투자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이러한 투자 열풍의 이면에는 장래가 불확실하다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네이버, 다음 카페에는 투자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저마다 비법을 가르쳐주겠다는 광고글이나 스터디 그룹을 모집하는 글도 많이 보인다.
어떤 카페에서는 다른 사람이 하는 투자는 투기적이어서 위험하고, 자기가 하는 방식의 투자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투자는 근본적으로 위험을 안고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내 관점의 대척점에 서는 게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가치투자 관점인데, 내 생각에는 리스크 종류의 차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장기투자를 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사라진 기업이 상당수이며, 살아남은 기업 중에서도 꾸준히 상위기업에 랭크된 기업이 별로 없어서 리스키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기업을 잘 고르지 못하면 평균 따라가면 다행이라 할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률은 경제성장률에 수렴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볼 때, 가치주에 장기투자 해서 배당수익률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떠안는 리스크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배당수익률 이상의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곤 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투자 리스크의 영역 아닐까?
이론적으로는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리스크는 투자원금이요 기대수익은 무한대라고 하는데, 무한의 기간 동안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또 시작은 장기투자하겠다고 하지만, 자본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는 급전이 필요한 때가 오기 마련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픈다거나 자녀가 결혼하거나 거처를 장만하는 경우가 그러한 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급전이 필요할 때는 금리가 높고, 주가가 조정을 받고있는 때가 많다.
이와같이 이론과 현실이 다른 경우가 투자의 세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투자는 내가 무언가를 아는가 하는 지식의 영역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내가 제대로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자유자재로 실천할 만큼 확실히 아는 수준의 지식이 요구되며, 경제상황이나 가격변화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타이밍 포착에 대한 지식과 기술, 순발력과 결단력, 그리고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력과 투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절제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투자는 격투기나 구기종목 등 각종 스포츠와 같이 실력으로 승부를 가르는 세계와 흡사하다. 스포츠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려면 그 종목에 대한 각종 지식도 습득해야 겠지만, 지식 이외에 기술과 육체적, 정신적 파워 같은 다른 영역의 자질과 재능을 갖추어야 한다. 스포츠 해설가가 해설을 잘 한다고 해서 경기를 잘 한다는 보장이 없는 데에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스포츠로 치면 해설가 만큼도 지식이 없고 선수 만큼의 기술과 경험도 없으면서 무한대의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뭐든지 지나치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암호화폐든, 심지어 예금이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투자에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기의 성향과 실력과 형편에 맞는 투자를 하면 그만일 게다. 투자금이 충분하다면 기대수익을 낮추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전략이 왜 필요한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주식이 잘나간다고 하지만, 미국주식 투자시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고, 미국 주식이 상당 기간 횡보장세를 연출하고, 이머징 마켓이 수익률이 높을 수도 있다.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경우, 워런 버핏을 예로 들지만, 그도 주식 투자 종목이나 보유 비중을 꾸준히 변경하여 왔고, 최근에도 옥시덴탈을 추가 매수하면서 주식 비중을 변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가 말했으니까 맞는 말이라기 보다는 워런 버핏이 투자금이 많지 않을 때 어떻게 투자했는지, 뒤늦게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그처럼 오랜 기간 투자할 수 없는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각자 입장에서 다르게 판단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투자의 기본원리는 매우 간단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세계이다. 달리 말하면 시장에 대한 판단과 기업의 장래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매번 맞출 수는 없으니 소수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는데, 장기 보유할 수록 기업을 잘 못 선택한 경우 파산의 위험 또한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손절매를 안하고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여도 손실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원래 가치투자에서 안전마진을 강조했던 이유가 원금을 잃지 말라는 거였는데 그렇다면 아무 주식이나 사서 팔지 않으면 수익률이 마이너스여도 원금을 잃지 않았다는 것인가? 이와 같이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서 질문을 해보면 그 논리에 허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평범한 진리의 다양한 단면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얻는 것이 있는 반면에 선택하지 못한 다른 경우에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포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반드시 어떤 선택만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선택에 따라 내재해 있는 잠재 리스크의 차이와 기대 수익률의 차이가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선택을 통하여 꾸준히 수익을 쌓아갈 수 있느냐가 투자자가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이자, 문제가 아닐까? 어떤 형태의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술과 심법이 다르겠지만, 그것이 시장에서 입증되지 않는다면 변명의 여지는 없다는 생각이다. 워런버핏이 최고의 투자자로 추앙을 받는 이유는 그가 장기간에 걸쳐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지 가치투자를 하고 있다는 자체는 아닐 것이다. 만일 그가 장기간에 걸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데, 내가 가치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면 그 말에 쉽사리 동의할 수 있을까? 펀드 매니저의 실적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실력은 투자수익률로 평가받는 것이지, 얼마나 가치주를 보유하고 있느냐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의 투자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는 자유지만, 자신의 투자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터인데, 설마 매일 판단의 기준이 수익률과 상관없이 얼마나 가치주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치주가 무엇이고, 그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를 얼마나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로 하고 말이다.
나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투자에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하는 말을 믿지 않는 것처럼, 나 자신 또한 뭐가 최선의 투자인지 알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다만, 시장에 대한 나의 판단을 토대로 투자의사결정을 내리고 그것의 성과를 판단하는 나만의 확실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시장을 나름대로의 판단을 통해 예측을 하고, 예측에 기반하여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매수진입, 매도진입과 같은 투자의사결정을 하고, 시장이 당초의 판단과 다르게 흘러가면 그에 따라 진입 포지션 청산 또는 뒤집기 진입 등으로 대응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것은 누구에게 추천하거나 누구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나만의 투자관이다.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통하여 개별주식투자는 나의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판단이 스캘퍼에 버금갈 정도로 매순간 느껴지는데, 시장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도저히 주식을 장기 보유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일정 자금을 주식에 묻어놓고 싶다면 차라리 펀드를 사는 것은 어느 정도 나의 성향에 맞는 것 같다. 미국 주식 펀드를 살 수도 있고, 인도 주식 펀드를 살 수도 있고, 환헤지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나의 투자방법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비교적 명확히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월별, 분기별, 반기별, 연간 수익률로 평가한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을 입증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투자는 위험하기에 그 누구도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나의 투자방법에서 희망을 꿈꿔본다. 난 나의 투자방법에는 늘 결함이 있다는 생각을 견지하면서, 언제든지 그 결함을 고치고 개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나름대로 나만의 투자관을 정립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투자에 대한 관점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의 투자에 대한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누구나 각자 처한 입장이나 각자 가진 자질과 역량 및 성향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끊임없는 과정,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투자의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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